[단독]‘우병우 민정수석실, 미얀마 대사 교체 개입’ 정황 수사

[동아일보] 입력 2017-02-01 03:00:00 | 수정 2017-02-01 09:16:46

특검 출석한 유재경 대사 최순실 씨의 추천으로 대사가 된 유재경 주미얀마 한국 대사가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 사무실로 출두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31일 유재경 주미얀마 한국 대사를 소환해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추천으로 대사가 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특검은 또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이 유 대사의 전임 이백순 전 대사(58)의 경질 명분을 제공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특검은 지난해 5월 당시 이 대사가 유 대사로 교체되는 과정에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이 인사에 영향을 미친 사실을 확인했다. 이중국적 자녀를 둔 외교관을 재외 공관장에 임명하지 않도록 한 청와대 인사 지침을 이행하라고 외교부에 지시했던 것. 이에 따라 이 대사를 포함해 해당 재외 공관장 4명이 국내로 소환됐다. 당시 외교부 안팎에서는 이 전 대사의 아들이 병역을 마쳤고 해외 파병 경력도 있기 때문에 민정수석실이 인사 조치를 요구한 배경에 의문이 제기됐다. 또 해당 지침을 민정수석실이 만들었기 때문에 “민정수석실의 월권”이라는 지적이 많이 나왔다.

 특검은 이렇게 이 전 대사 등을 경질한 인사 배경에 최 씨가 관심을 뒀던 미얀마 ‘K타운 프로젝트’에 난색을 표명한 이 전 대사를 교체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이 전 대사가 교체된 시점은 박근혜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을 앞두고 최 씨 측이 ‘K타운 프로젝트’ 추진에 열을 올리던 때다.

 특검은 조만간 우 전 수석을 소환해 박 대통령의 지시로 외교부에 인사 지침 이행을 지시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은 특검에서 “박 대통령이 미얀마 사업을 전폭 지원하라고 지시했다”라고 진술했다.

 이 전 대사는 최근 특검에서 “청와대가 당시 보내 온 ‘K타운 프로젝트’ 사업 계획서의 기본적 사실관계가 틀린 게 많아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그러자 청와대 측에서 ‘몸조심해라. 반론을 제기하면 신상에 좋지 않고 날아갈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라고 진술했다. 특검은 이 전 대사가 청와대에서 받은 A4용지 1장짜리 사업 계획서는 최 씨와 측근 류모 씨가 만들었다는 정황을 확인했다.

 특검은 이 전 대사가 물러날 당시 후임으로 내정됐던 외교관이 따로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최 씨가 유 대사를 직접 만나 면접을 본 뒤 내정자를 제치고 유 대사가 임명된 것. 외교 활동 경험이 없는 기업인이 대사에 임명된 것은 이례적이다.

 특검은 유 대사가 최 씨 측에 전달한 이력서도 확보했다. 또 유 대사가 최 씨와 측근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 등과 몇 차례 술자리를 한 정황도 포착했다. 또 관련자들로부터 “유 대사가 미얀마에 부임하기 전 최 씨 측에 ‘부임해서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라는 진술도 확보했다.

  ‘K타운 프로젝트’의 사업 명목은 미얀마의 대형 복합 건물에 한류 관련 기업을 진출시키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특검은 최 씨가 한국 정부의 미얀마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을 빼돌리기 위해 급조한 사업으로 보고 있다. 특검은 최 씨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려고 했던 M사의 지분 20%를 소유한 사실을 확인하고 최 씨에 대해 알선수재 혐의로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다.

 본보는 지난해 ‘미르재단 개입한 이란 K타워 사업, 미얀마서도 동시 추진’(2016년 11월 14일 A8면) 기사에서 미얀마 ODA의 난맥상을 보도했다. 지난해 3월을 전후해 박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이 연기돼 더는 ‘성과 사업’의 의미가 없었는데도 성격을 바꿔 가며 사업이 계속 추진됐던 게 문제였다. 당시 정만기 대통령산업통상자원비서관(현 산자부 1차관)은 청와대에서 미얀마 정부의 추천을 받은 M사의 대표 인모 씨를 참석시킨 가운데 ‘K타운 프로젝트’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정 비서관의 직속상관은 안 전 수석이었다.

장관석 jks@donga.com·허동준·조숭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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