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원의 옛글에 비추다]봄을 기다리는 마음

[동아일보] 입력 2017-02-01 03:00:00 | 수정 2017-02-01 03:37:28

나라엔 은택이 크고, 전원엔 흥취가 깊어라

邦國恩光大田園興味深
(방국은광대 전원흥미심)

-유희춘의 ‘미암집(眉巖集)’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봄은 따뜻한 바람이 불고 붉고 노란 꽃이 피는 때이지만, 절기상으론 입춘(立春)이 봄의 시작이다. 양력 2월 4일경인 입춘은 아직 대한(大寒)의 추위가 채 가시지 않아 여전히 추운 겨울 같지만 그래도 앞으로는 점점 따뜻해지리라는 희망이 가득 담겨 있다.

 그래서 예부터 이러한 입춘을 맞아 기둥이나 대문 등에 희망의 메시지를 적었다. 이를 ‘입춘첩(立春帖)’이라 한다. 흔히 볼 수 있는 입춘첩으로는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 있다. 봄을 맞이하여 크게 길하고 많은 경사가 있기를 기원한다는 뜻이다.

 입춘첩은 저마다의 소망을 담아 새롭게 지어 사용할 수 있다. 조선 전기의 학자인 유희춘은 1572년 입춘을 맞아 위의 내용으로 입춘첩을 써서 문에 붙였다. 나라엔 큰 은택이 깃들고 백성들이 사는 전원에도 즐거움이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당시 관직에 있는 입장이라면 흔히들 하는 말로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400여 년이 지난 이번 입춘에는 문 앞에 크게 써 붙이고 싶은 말이다.

 “이게 나라냐”라는 말이 어느 땐가부터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를 정도로 국가의 운영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못한 지 이미 오래이다. ‘헬조선’이란 말은 차마 입에 올리기에도 거북한데 수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의 의식에 깊이 자리한 듯하다. 이렇듯 나라라고 말하기에 민망한 나라에 사는 국민들에게 무슨 기쁨과 흥취가 있을 수 있겠는가. 나라의 은택은 누가 만들어줄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것이 신이라면 신에게 빌어보고 싶다. 입춘을 맞아 나라에 은택을 내리고, 아울러 국민들에게 깊은 흥취를 전해 달라고.

 찾아오는 봄은 따뜻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봄이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는 시구인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이 이번에는 언론이나 사람들의 입에 제발 오르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유희춘(柳希春·1513∼1577)의 본관은 선산(善山), 호는 미암(眉巖)이다. 문과에 급제하여 이조참판 등을 지냈다. 경전에 조예가 깊어 경서의 언해 작업에 참여하기도 하였으며, 많은 저술을 남겼다.
 
이정원 한국고전번역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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