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캥거루족’ 10년새 91% 늘었다

[동아일보] 입력 2012-06-02 03:00:00 | 수정 2012-06-02 05:38:23

다섯 살 난 아들을 키우기 위해 시댁에서 살고 있는 직장인 오모 씨(34). 요즘 오 씨가 “시부모님과 산다”고 하면 모두 “부럽다”는 반응을 보인다. 아이 돌보미를 잘못 구해 속을 썩이거나 퇴근길 어린이집으로 뛰어가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오 씨는 “시집살이는 옛말이다. 오히려 부모들이 ‘자녀살이’를 하고 싶지 않다고 하는데 나는 운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자녀가 부모를 ‘봉양하는’ 게 아니라 부모가 자녀를 ‘모시고’ 산다는 사실이 통계로도 입증됐다. 1일 서울시가 발표한 ‘통계로 보는 서울 가족’에 따르면 서울에서 부모와 동거하는 30, 40대 자녀가 10년간 91%나 증가했다.

부모와 동거하는 30, 40대 성인은 2010년 48만4663명으로 2000년(25만3244명)에 비해 91% 증가했다. 30∼49세 서울 주민 중 14.7%에 해당한다.

부모와 동거하는 이유에는 한국 사회의 30, 40대가 짊어진 고통이 그대로 드러난다. 60세 이상 부모가 자녀와 동거하는 이유 1위는 ‘자녀가 경제적 이유 등으로 독립생활이 불가능해서’(29%)였다. ‘손자손녀 양육이나 자녀의 가사를 돕기 위해서’(10.5%)까지 합하면 자녀 부양 때문에 함께 산다는 응답이 39.5%에 달했다. 부모가 ‘경제력이나 건강의 이유로 독립생활이 불가능해서’(32.3%)라는 응답보다 높다.

부모 부양이 자녀의 몫이라는 가치관도 크게 달라졌다. 15세 이상 서울시민 중 ‘자녀가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에 동의하는 비율은 2006년 60.7%에서 2010년 30.4%로 4년간 절반으로 줄었다. 실제 60세 이상 노인도 자녀와 함께 살고 싶어 하지 않았다. ‘자녀와 함께 살고 싶다’는 응답 비율은 2005년 49.3%로, ‘살고 싶지 않다’(50.7%)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2011년에는 ‘함께 살고 싶다’는 응답이 29.2%로 ‘같이 살고 싶지 않다’(70.3%)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실업이나 양육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개인이 해결하려다 보니 부모와 같이 사는 성인이 늘게 된 것”이라며 “개인의 부담을 국가가 덜어주려는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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