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우선 처리 헛바퀴

[동아일보] 입력 2017-01-12 03:00:00 | 수정 2017-01-12 01:57:16

 사상 최악의 고용 절벽이 닥쳐 왔지만 일자리 창출력이 가장 큰 것으로 평가받는 근로시간 단축 법안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조기 대선 정국에 정치인들의 관심이 온통 쏠리면서 관료들은 무기력증에 빠졌고, 노동계까지 일자리 문제를 내팽개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26일 정치권을 향해 노동 개혁 4대 입법 가운데 근로시간 단축안을 담은 근로기준법을 먼저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장관은 12월 한 달 내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을 일일이 찾아가 이런 제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이 이런 제안을 한 이유는 근로시간 단축안의 일자리 창출력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현재 주당 최대 68시간인 근로시간을 법원 판례에 맞춰 52시간으로 줄이자는 것으로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근로자를 더 뽑아야 하기 때문에 7만∼15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계산이다. 일부 연구기관에서는 최대 30만 개까지 가능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야당은 근기법 개정안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그동안 정부가 4대 입법(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파견법) 동시 처리를 고집하자 논의를 거부했다. 정부가 동시 처리를 포기한 만큼 논의에 응할 명분이 생겼지만 조기 대선 국면이 시작되면서 의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관료들도 ‘무기력증’에 빠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 경제 부처 관료는 “관료라면 정치와 상관없이 정책을 밀어붙이는 소신이 있어야 하지만 지금은 대통령이 바뀌기 전까지 문제 만들지 말고 대충 넘어가자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라고 말했다.

 노동계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1월 노사정(勞使政) 대타협을 파기한 이후 정부와의 대화를 전면 중단했고, 이달 6일 열린 노사정 신년 인사회에도 2년 연속 불참했다. 최근에는 집행부 선거와 성과연봉제 반대 투쟁에만 집중하고,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책임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노총 역시 한상균 위원장 구속 이후 ‘내셔널센터’(산별노조의 전국 중앙 조직) 기능을 사실상 상실한 상태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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